2022-01-20
문향 외길을 걷고 있는 다천 김종원 서예가가 서예의 맥을 짚어볼 수 있는 책을 내놓았다.
그동안 써두었던 원고들을 모아 ‘문외집(門外集)-서(書)의 율려(律呂)’이라는 제목으로 한데 묶어 펴냈다. 다천 선생은 아직 학문이 점점 깊어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승당입실(升堂入室)’하지 못했다는 자조로 이름지었다고 말했다. 서의 바다에 붓 한 자루 들고서 홀로 배를 띄운 세월이 어느덧 오십해가 넘었다는 선생은 기교에 매진하는 대신 정신에 집중하고 천착을 거듭하고 있다.
다천 선생의 서실에는 중국, 일본의 원서로 된 서예서적들이 빼곡하다. 막힘 없이 술술 읽는 지경에 달한 선생은 끊임없이 본질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책은 중국 당송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서예의 전반적인 기맥을 정리하고 있다. 소동파의 서예는 ‘관박한 의지에 침윤된 서정의 교향악’이라고 평했다. 이 밖에도 미불, 왕희지, 안진경, 모택동 등 당대의 명필들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중국, 일본, 우리나라의 명필들을 각각 나눠 읽는 이에게 이해를 돕는다. 저자는 글씨는 곧 우리의 정신이며 그 깊이를 모르면 기교를 부리며 글을 쓸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3장 ‘한국의 서예’에서는 소암 현중화의 서미의식과 우성 김종영의 서(書) 작품 세계 등에 대해 톺아본다. 저자는 또 동시대의 서예를 연구하는 이들에게 자리 싸움을 일삼거나 기교에 물든 서단을 경계해야 한다고 에둘러 꾸짖고 있다.
창원 출신으로 마산고 재학 시절 소암 현중화(1907~1997)의 글씨에 반해 제주로 유학(제주대학교)을 떠났으며,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서 한문교육을 공부했다. 대한민국서예대전 초대작가와 심사위원, (사)한국서협 이사, 경남지부장 등을 역임했다. (사)한국문자문명연구회장을 맡아 2008년부터 ‘문자문명전’을 선보이고 있으며 현재 경남도립미술관 관장을 맡고 있다. 저자 김종원, 불휘미디어, 607쪽, 3만5000원.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서예의 맥을 짚다 :: 경남신문 (knnews.co.kr)